안녕하세요! 멀고도 낯선 영국 땅에서 아이를 키우며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신, 혹은 출국을 앞두고 터질 것 같은 이민 가방 앞에서 머리를 싸매고 계신 육아동지 여러분.
처음 영국에 도착했을 때가 문득 떠오릅니다. 한국에서 쓰던 편리한 육아 인프라와는 백만 광년쯤 떨어져 있는 듯한 영국의 환경에 참 많이도 당황했었거든요. 일주일 내내 흐리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씨, 유모차를 끌 때마다 덜덜거리는 유서 깊은(?) 돌바닥, 그리고 설거지만 해도 하얗게 자국이 남는 악명 높은 영국의 ‘석회수’까지.
“사람 사는 곳인데 가서 사면 다 있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가, 뒤늦게 후회하고 한국 친정 부모님께 EMS 국제택배를 몇 번이나 부탁했는지 모릅니다. 택배비만 해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깨졌죠.
저처럼 비싼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몇 년간 영국 현지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은 ‘한국에서 꼭 사 와야 하는 육아 필수템’과 ‘영국의 자연환경에 맞춘 현지 가성비 정착 꿀템’을 리스트로 아주 싹 다 정리해 드릴게요. 짐 싸기 직전이시라면 이 글을 체크리스트 삼아 꼼꼼히 확인해 보세요!
1. 한국에서 안 사 오면 무조건 후회하는 육아템 TOP 4
영국 마트(Boots, M&S, 아마존 등)도 육아용품 시장이 아주 잘 되어 있지만, 한국 제품 특유의 ‘정교함’과 ‘디테일’, 그리고 ‘한국 주거 문화에 맞춘 기능성’을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이 확실히 있습니다. 아래 품목들은 이삿짐이나 이민 가방에 공간이 없다면 다른 걸 빼서라도 무조건 채워 넣으셔야 하는 것들입니다.
① 한국식 두꺼운 폴더 매트 (또는 거실 롤매트)
영국 집들은 전통적으로 카펫 바닥이 많습니다. 최근에 리모델링한 집들은 마루(Wood flooring)나 라미네이트 바닥인 경우도 많지만, 중요한 건 한국처럼 바닥 난방(온돌)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라디에이터로 공기만 데우다 보니 겨울철 바닥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서늘하고 차갑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기어 다니거나 걸음마를 시작하면 카펫에 쓸려 무릎이 빨갛게 부어오르기도 하고, 카펫 속에 박힌 먼지나 진드기 때문에 아기 피부나 호흡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됩니다.
문제는 영국 아마존 등에서 ‘Baby Play Mat’을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들이 대부분 얇은 퍼즐 매트이거나, 디자인이 지나치게 알록달록해서 거실 인테리어를 해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한국 특유의 4cm 짜리 두껍고 탄탄한 폴더 매트나, 거실 사이즈에 딱 맞게 셀프 시공할 수 있는 깔끔한 디자인의 롤매트는 진짜 한국 제품이 전 세계 최고입니다.
선박 이삿짐을 보내실 수 있다면 무조건 큰 사이즈로 여러 장 쟁이세요. 만약 비행기 수하물로 오신다면 부피를 많이 차지하더라도 압축 팩에 넣거나 추가 수하물 비용을 내고서라도 들고 오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현지에서 한국만큼 만족스러운 매트를 찾으려면 비용이 몇 배로 듭니다.
② 100% 오가닉 가제 손수건 & 얇은 순면 내의
영국 현지 아기 옷(Next, Marks & Spencer, John Lewis 등)은 가격도 합리적이고 디자인도 클래식해서 아주 좋습니다. 저도 현지에서 아이 옷은 정말 자주 사 입혔는데요. 하지만 딱 하나, ‘면(Cotton)의 촉감과 마감의 섬세함’은 한국 제품을 절대 따라오지 못합니다.
특히 신생아 시기부터 돌 전후까지 하루에도 수십 장씩 쓰는 가제 손수건이나 무형광 밤부 손수건은 한국이 압도적입니다. 영국 현지에서는 우리가 쓰는 얇은 가제 손수건 대신 크고 두꺼운 ‘모슬린 스퀘어(Muslin Squares)’나 테리 타월 재질의 수건을 주로 사용합니다. 이 제품들은 서양 아기들의 두꺼운 피부에는 맞을지 몰라도, 피부가 약하고 침독이 잘 오르는 한국 아기들 얼굴을 닦아주기엔 다소 거칠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기 실내복(내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의 아기 옷은 대부분 단추가 없거나 등을 대고 누워야 하는 바디수트, 또는 발까지 통째로 덮는 슬립수트(Sleepsuit) 형태가 기본입니다. 목을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 시기나 기저귀를 자주 갈아야 하는 시기에는 한국식 앞트임 배냇저고리나 똑딱이 단추가 달린 7부, 9부 순면 내의가 입히고 벗기기에 세상 편합니다. 손수건은 다다익선이니 최소 40~50장 이상 넉넉히 챙겨오시고, 계절별 순면 내의도 사이즈별로 한 두 단계 크게 준비해 오세요.
③ 유아용 빨대컵 브랜드별 부속품 & 전용 세척 솔
아기가 이유식을 시작하고 물을 마시기 시작하면 필수품이 되는 것이 빨대컵입니다. 한국 육아맘들 사이에서 국민템으로 불리는 브랜드들(그로미미, 릿첼, 돗투돗 등) 다들 아실 거예요. 이 제품들의 핵심은 물이 역류하지 않게 막아주는 정교한 밸브와 실리콘 흡입구에 있습니다.
영국 현지 마트에도 톰mee 티pee(Tommee Tippee)나 아벤트(Avent) 같은 유명 브랜드의 컵들이 널려 있지만, 구조가 투박하거나 세척이 까다롭고, 아이가 거꾸로 들고 흔들면 물이 뚝뚝 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국 한국에서 쓰던 빨대컵을 계속 쓰게 되는데, 문제는 빨대 대롱이나 실리콘 패킹 같은 소모품은 몇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영국에서는 이 호환 부속품들을 구할 길이 전혀 없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에 들어오실 때 아예 마음에 드는 빨대컵 본체 2~3개와 함께, 향후 1~2년 동안 갈아 끼울 리필용 빨대 세트, 그리고 그 얇은 관을 닦아줄 전용 미세 세척 솔을 세트로 넉넉하게 박스째 사 오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④ 한국 소아과 상비약 및 아기 손톱 가위
영국은 의료 시스템(NHS)이 무상이지만, 아파서 GP(가정의학과 의사) 예약을 잡으려면 당일 아침부터 전화 전쟁을 치러야 하고, 겨우 의사를 만나도 아주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타이레놀(Paracetamol) 먹이고 푹 쉬게 하라”는 말만 듣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아기가 밤중에 갑자기 고열이 나면 부모는 멘붕에 빠지게 되죠.
물론 현지에도 ‘Calpol(칼폴)’이라는 아주 유명한 영유아용 해열제가 있지만, 한국 아기들에게 익숙한 맥시부펜(덱시부프로펜) 계열이나 챔프 같은 해열제, 그리고 아기에게 잘 맞는 유산균이나 콧물 흡입기(노스클린 등)는 한국에서 미리 챙겨오는 것이 든든합니다.
더불어 아기 손톱 가위나 신생아용 면봉도 한국 제품이 훨씬 정교하고 부드럽습니다. 현지 제품들은 가위 날이 뭉뚝하거나 면봉 솜이 너무 커서 작은 아기 콧구멍이나 귀를 닦아주기 힘드니 꼭 화장대 서랍에 챙겨 넣으세요.
2. 영국 현지 정착 후 마트와 아마존에서 바로 사야 하는 필수템 TOP 4
무사히 영국에 도착해 짐을 푸셨다면, 이제 현지 환경에 적응할 시간입니다. 영국의 대형 드럭스토어인 부츠(Boots)나 대형 마트(Sainsbury’s, Tesco, Asda), 그리고 아마존 영국(Amazon UK)을 통해 빠르게 구비해야 할 ‘영국 육아 생존템’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① 악명 높은 석회수 대책: 샤워 필터 & 수도크림 (Sudocrem)
영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물’과 ‘피부’입니다. 영국의 수질은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하드 워터(Hard Water), 즉 석회수입니다. 어른들도 머리카락이 뻣뻣해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는데, 피부 장벽이 약한 아기들은 오죽할까요. 목욕을 시키고 나면 피부가 하얗게 트거나 심하면 아토피처럼 붉은 발진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 하드 워터 샤워 필터 (Shower Filter for Hard Water): 영국 집 화장실에 입성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마존에서 석회 성분을 걸러주는 샤워기 필터를 구매해 장착하는 것입니다. 완벽하게 100% 제거되지는 않더라도 필터를 거친 물로 씻기면 아기 피부의 까칠함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 수도크림 (Sudocrem): 이건 영국의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국민 기저귀 크림입니다. 부츠나 동네 작은 약국에 가도 회색 통에 담긴 이 크림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징크 옥사이드 성분이 들어가 있어 기저귀 발진은 물론이고, 아기 침독, 땀띠, 살이 접혀서 빨갛게 짓무른 곳에 밤마다 얇게 펴 발라주면 거짓말처럼 다음 날 아침에 뽀얗게 가라앉는 기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용량도 다양하니 큰 통 하나 사서 집 화장대에 두고, 작은 튜브형은 기저귀 가방에 상시 휴대하세요.
② 흐리고 비 오는 날씨의 구원자: 퍼들수트 (Puddle Suit)
영국 날씨의 악명은 익히 들으셨겠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더 기가 막힙니다. 하루에도 해가 떴다가, 갑자기 먹구름이 끼며 비가 내리고, 다시 바람이 부는 아리송한 날씨가 반복되죠. 하지만 영국 사람들은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이상 웬만한 비에는 우산을 쓰지 않고 묵묵히 걷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 방식도 매우 자연 친화적이라, 어린이집(Nursery)이나 학교에서도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아이들에게 장화를 신겨 마당으로 내보내 물웅덩이를 밟고 놀게 합니다.
이때 없어서는 안 될 영국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바로 ‘퍼들수트(Puddle Suit)’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째로 입히는 일체형 방수 우주복인데요. 여름용 얇은 바람막이 재질도 있지만, 가을부터 겨울, 봄까지 긴 기간 동안 쓸 수 있도록 안감에 따뜻한 기모(Fleece-lined)가 들어간 제품을 고르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쌀쌀하고 축축한 날, 평소 입히는 옷 위에 이 퍼들수트 하나 쓱 입히고 레인부츠(Wellington Boots, 현지에서는 주로 ‘Wellies’라고 부릅니다) 딱 신겨서 집 앞 놀이터에 던져놓으면, 진흙탕에 구르고 미끄럼틀을 타도 속 옷이 젖지 않아 엄마 마음이 세상 편안해집니다. Next나 아마존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예쁜 패턴의 제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니 정착 즉시 구매하세요.
③ 해가 뜨지 않는 나라의 필수 영양소: 비타민 D 드롭스 (Vitamin D Drops)
영국에서 아이를 낳거나 현지 보건소(Health Visitor)에 방문하면 의사와 간호사가 입을 모아 강조하는 영양제가 있습니다. 바로 ‘비타민 D’입니다. 영국은 겨울철이 되면 오후 3시 반~4시만 돼도 사방이 컴컴해지고, 낮 시간 동안에도 해를 보기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햇빛을 통해 자연적으로 합성되는 비타민 D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영국 보건당국(NHS)에서는 생후 직후 영아부터 모든 어린이에게 매일 일정량의 비타민 D를 추가로 섭취하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부츠나 일반 마트 영양제 코너에 가면 아기 입안이나 수유할 때 엄마 유두, 혹은 분유/이유식에 한 방울 톡 떨어뜨려 먹일 수 있는 액상 드롭 형태의 제품(Wellbaby 등)을 아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니 아기의 뼈 성장과 면역력을 위해 하루도 빼놓지 말고 꼭 챙겨 먹이세요.
④ 유모차 방한 커버 & 푸트머프 (Footmuff)
한국에서는 유모차를 탈 때 햇빛을 가리거나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얇은 방풍 커버를 많이 쓰지만, 영국에서는 바람의 차원과 습도가 다릅니다. 칼바람이 불고 수시로 부슬비가 내리는 영국 겨울에 유모차 산책을 하려면 완전 무장이 필수입니다.
유모차를 구매하실 때 기본 구성품으로 포함되어 있는 투명한 레인커버(Raincover)는 비가 올 때 아주 유용하지만, 내부 공기가 이산화탄소로 답답해지거나 습기가 차기 쉽습니다. 그래서 현지 엄마들은 겨울철이 되면 유모차 시트에 장착하는 두툼한 침낭 형태의 ‘푸트머프(Footmuff)’를 무조건 사용합니다. 아기를 두꺼운 패딩 우주복에 입혀서 태우는 것보다, 일반 평상복을 입힌 채로 이 푸트머프 안에 쏙 집어넣어 지퍼를 올려주는 게 아기 선호도도 높고 훨씬 따뜻합니다. 유모차 브랜드 정품이 아니더라도 아마존에서 유니버셜(공용) 푸트머프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추워지기 전에 미리 장만해 두세요.
✍️ 선배 맘이 전하는 영국 육아 한마디
처음 영국에 오면 생소한 육아 용품 단어들 때문에 장보기도 쉽지 않으실 거예요. 한국에서는 ‘기저귀’라고 하던 것을 여기서는 ‘Nappy’라고 부르고, 유모차는 유아의 연령에 따라 ‘Pram’이나 ‘Pushchair’, ‘Stroller’로 세분화해서 부르거든요. 아기 침대는 ‘Cot’이라고 하고요.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한국 제품의 ‘디테일한 편리함’으로 초기 정착의 고단함을 달래고, 영국의 ‘자연 친화적이고 실용적인 육아 템’들을 하나씩 마스터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비 오는 날 아이에게 퍼들수트를 입혀 밖으로 쿨하게 내보내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타국에서의 육아는 외롭고 힘들 때도 많지만, 드넓고 푸른 영국의 공원(Park)에서 아이가 마음껏 잔디밭을 뛰노는 모습을 보면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오늘 소개해 드린 리스트가 여러분의 영국 육아 라이프에 조금이나마 든든한 나침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 외에도 영국 이주 준비물이나 현지 육아 시스템(Nursery 등록, 보건소 이용 등)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주저하지 말고 아래 댓글로 질문 남겨주세요! 제가 경험한 선에서 아낌없이 꿀팁을 나누어 드릴게요. 우리 모두 타국에서 지치지 말고 힘내서 즐겁게 육아해요! 감기 조심하세요! 😊